후유키 시 주택지구의 에미야 저택.
평소같으면 조용한 저녁의 한때를 보내고 있어야 할...터이지만 어째선지 시끌벅쩍 하다.
아니...시끌벅쩍하다기 보다는...뭔가 묘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남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이상하게 고개를 못들고 있다. 그리고 그앞에는 은발에 적안을 가진 여성이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그녀에게서는 말로 못할 모종의 박력이 느껴진다.
"저기...마스터 왜 우리는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게냐."
"...몰라서 물어? 다 너 때문이잖아 랜서."
"....짐은 잘못한게 없다만?"
자신이 왜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건가 이해를 못하는 랜서.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랜서의 마스터 에미야 시로.
한편 아까부터 말없이 차만 마셔대는 어쌔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마스터. 이제 그만 적당히 하는게 어때? 뭐에 화를 내는건지는 알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기야? 키리츠구 당신의 양아들이면 나에게도 양아들이기도 해. 이런 남녀관계는 착실히 정리해야 한다고 봐."
"저기....대체 아버지와는 어떤 관계....?"
"아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구나. 내 이름은 아이리스필 폰 아인츠베른. 이사람의 아내야. 그러니까 너의 양어머니가 되는 셈이지."
"아...아버지?"
"...뭐 그렇게 됬다. 시로."
뭐가 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에미야 시로. 그뒤로 아이리스필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한편 그시각. 토오사카 린은 앞으로의 일정을 상담하기 위해 에미야 저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원래는 로드 엘멜로이 2세도 참석해야 하나 그는 불참한 상태로 일단 기본적인 상담후 나중에 다시 모여 본격적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린 꼭 이시간대에 에미야 시로를 찾아가야 하는거야?]
"무슨소리 말하는거야 아처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구? 언제 성배전쟁이 시작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무엇보다 교회측의 감독관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미리 작전을 세워두지 않으면..."
[동감이군. 근데 어차피 성배전쟁이 시작되면 에미야 시로도 적이 된다. 그점은 명심하라고.]
"..그정도는 알고 있어. 근데 아처? 너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는데 왜그래?"
[아...뭐랄까...약간 싫은 느낌이 드는군.]
얼마뒤 에미야 저택에 도착한 토오사카 린과 아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 외의 상황이 펼쳐져있었다. 처음보는 두명의 남성과 여성. 뭐 이건 나중에 알아보면 될 문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에미야군 있어....?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건 대체?"
어느샌가 영체화를 푼 아처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오사카 린은 어째선가 무릎꿇고 앉아 있는 에미야 시로와 옆에 앉아있는 여성에 놀랐다.
무엇보다 그녀는 지금 목욕타월외에는 전혀 옷같은걸 걸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충격을 먹었다. 그녀가 서번트라는건 알고 있으나 에미야 시로와는 서번트 소환이래 처음 만나는것이었다.
"어머어머 이시간에 손님이라...일단 앉아요."
"에....? 네...."
"일단 자기소개를 해줄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아들과의 관계도 말이야."
"에....? 아들?"
토오사카 린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일정 상담을 위해 찾아간 에미야 저택에는 에미야 시로가 소환한 것으로 보이는 서번트와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었다. 일단 그후 자기 소개및 상황 설명을 통해 일단 놀란건 진정이 되었다.
"...랜서로 보인다만 맞나?"
"맞다만? 짐에게 무슨 볼일있는가?"
"...이봐 그꼴이 뭐냐 랜서. 좀 여자로서의 자각을 가져라. 부끄럽지도 않은거냐?"
"네녀석의 클래스는 모르겠다만 네녀석이 짐의 모후라도 되는거냐? 일일히 지적질이라니!"
랜서와 아처의 대화는 둘째치고 토오사카 린이 알게된건 아주 많았다. 우선 에미야 시로는 에미야 가문에 입양된 양자라는것. 그리고 양부였던 에미야 키리츠구는 제4차 성배전쟁에 참여했었고 그과정에서 아내였던 아이리스필 폰 아인츠베른이 죽고 그 자신도 끝난후 몇년뒤 사망했다는것.
그리고 그런 두사람이 마스터와 서번트라는 관계로 다시 현세에 되살려진건 역시 이레귤러한 성배의 짓. 아인츠베른에서 만들어낸 소성배라는 점에서 이번 성배전쟁을 성립시키기 위한 소성배로서 아이리스필이 되살아난거였다는거다.
무엇보다 놀라운것은 아이리스필 그녀 자신이 마스터이면서 서번트 캐스터로 현계한 점이었다. 이것도 그녀가 일단은 생전에 성배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소성배였기에 가능한것인가...
아직 그부분은 조사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래서...린쨩은 시로의 여자친구인걸까?"
"에...? 아...뭐....그렇다고 해두죠..."
"아이리 일단 사적인건 거기까지만 하고...중요한건 앞으로의 행동방침이다. 토오사카 린...이라고 했나?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단 성배전쟁이 일어나면 서로 적이 되겠지만...말이야."
"음...솔직히 이번 성배전쟁은 뭔가 이상한 점이 많아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지금부터 정하려고는 생각중인데...."
"...그럼 한가지 묻고싶은게 있는데 지금의 성배전쟁은 "5번째" 성배전쟁인건가?"
"...그건 아니에요. 몇년전에 제5차가 일어났으니..."
아이리스필과 키리츠구가 움찔했다. 이미 제 5차 성배전쟁이 일어났었다니....문제는 성배전쟁에는 소성배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아인츠베른 가에서도 새로운 소성배를 준비했을터...
"...아인츠베른 가에서 참가한 마스터를 알고 있나?"
"에...? 분명...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이었던걸로... 아...!"
토오사카 린은 깨달았다. 눈앞의 여성 아이리스필 폰 아인츠베른과 과거 제5차 성배전쟁때의 아인츠베른 쪽의 마스터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의 관계를....둘은 모녀관계였던거다.
"...그럼 그 아이는 죽었나?"
"....맞아 아버지. 이리야는 죽었어."
"..."
아이리스필이 눈물을 터뜨린다. 제5차 성배전쟁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래도 눈물이 흘러나오는건 어쩔수가 없다. 그녀도 한 사람의 마술사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요 한 여자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이다.
키리츠구는 그런 마스터이자 아내를 조용히 안아준다. 한편 그때 에미야 저택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주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이세상에 없는 소녀의 목소리.
"야호~ 시로~ 놀러왔어!"
"...이리야? 말도 안되...어째서....?"
"에미야군 말이 안되지는 않아 이미 죽었던 에미야군의 양부모님도 되살아났잖아?"
얼마뒤 거실로 들어온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그리고 가족상봉이 일어났다. 절대로 만날수 없을거 같았던 가족이 만난것이다.
"엄마!"
"이리야!"
모녀는 서로를 껴안은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녀상봉을 말없이 지켜보는 일행들. 한참후 진정이 되었기에 일단 다들 앉아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이리야 너도 되살아났다는건....역시 마스터로서 이 성배전쟁에 참여하는거야?"
"맞아. 이번에는 절대로 지지않을테니까!"
이리야는 저번 제5차때와 똑같이 버서커와 계약을 맺은듯 했다. 성배전쟁의 룰상 그녀와 맞닥트리는건 기정사실일것이다. 그때 그녀와 버서커를 물리칠 방법은 있는것인가.
"놀란건 키리츠구가 엄마의 서번트로 참여했다는 점인데...아야!"
"이리야 안되잖니? 제대로 아빠라고 부르렴?"
"에~? 왜 그래야 되는건데 엄마!"
"어머어머 못본사이에 좀 삐뚤어진거 같구나 이리야 나쁜애는 혼나야지...?"
"...잘못했어요...."
역시 어머니의 힘은 위대헸다. 이리야스필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일단 지금현재 랜서, 아처, 어쌔신, 캐스터, 버서커는 모였다. 나머지 서번트가 언제 소환되느냐에 따라 성배전쟁의 개막이 시작된다. 다만 여기 모여있는 이들은 이 성배전쟁이 얼마나 뒤틀리고 이레귤러적인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일단 회의는 끝났다. 결정된건 일단 남은 서번트들의 소환 동정을 살피면서 조심히 행동할것.
토오사카 린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보고할것이 늘어나서 여러가지로 지쳐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 우선 에미야 저택을 먼저 나갔고 그 다음 키리츠구와 아이리스필 그리고 이리야스필 세가족은 에미야 저택에서 머물기로 했다.
틀린건 아니다. 일단 키리츠구와 아이리스필은 부부관계로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는 양부와 양모의 관계다. 그리고 이리야스필은 키리츠구와 아이리스필의 친딸로 시로에게는 배다른 남매가 되는 셈이다.
또한 일단 이리야스필은 시로에게 오빠라고 부르게 해뒀다. 사실상 그녀쪽이 나이가 더 많지만 말이다. 어딜봐도 누나같지는 않은 외견탓이려나...물론 이리야스필도 반항을 했지만 결국 아이리스필의 압력에 밀려나버렸다.
무엇보다 가장큰 이유는 랜서와 에미야 시로를 감시하겠다는 거였다. 일단은 양아들이니 혹여나 한때의 폭주로 후회할만할 일을 만들게 하지 않겠다는거였다. 뭐 상대방이 서번트라는건 둘째치고 말이다.
그리고 그때 그시각. 후유키 시의 상공에 정체불명의 금색으로 빛나는 비행물체가 나타났다.
비행기는 아니다. 그것은 서번트가 사용하는 보구. 그 위에는 금발의 금색 갑옷을 입은 장신의 남성과 갈색머리의 남성 그리고 갈색 생머리를 허리까지 내린 한명의 여성이 타고 있었다.
"호오...엄청나게 오랜만에 오는 곳이구만. 하쿠노 여기가 바로 이상 성배가 있는 곳인가?"
"응...맞아. 겉보기에는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인데...."
"뭐...일단 이상 성배가 있는건 확실하니 조사를 시작해야겠....크윽?!"
"아윽!"
갑자기 두명의 남녀가 비명을 지르며 각자의 오른손을 부여잡는다. 그리고 거기에 그려진건 령주였다.
"괜찮은거냐 키시나미! 하쿠노!"
"뭐...뭐야 갑자기....령주가..."
"하하...이런 우린 이 도시에서 일어날 성배전쟁에 선택받은건가....."
"하! 성배전쟁이라...뭐 좋지 아니한가. 어차피 이상 성배를 찾기 위해서는 성배전쟁에 참여해야만 했을터. 오히려 좋은 상황이로군. 뭐 짐을 이길 서번트는 없겠지만 말이야."
두명의 남녀 '키시나미' 그리고 '하쿠노'는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는 서번트 길가메쉬를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마술협회에서는 이번에 일어날 성배전쟁에 대해서 아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술사들의 목표는 '근원'에 도달하는것. 그렇기에 협회에서는 성배전쟁에 크나큰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우선 로드 엘멜로이 2세와 에미야 시로, 토오사카 린을 파견보내놨으나 협회내의 다른 파벌에서는 그와 별개로 성배전쟁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성배전쟁은 여러가지로 이레귤러한 성배전쟁이라는게 문제였다. 후유키 시의 대성배는 이미 파괴되었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다시 성배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크나큰 손해를 입게 될터.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성당교회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거였다.
성당교회 또한 이번의 성배전쟁에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다. 애초에 성배전쟁의 감독은 성당교회측의 인물이 맡고 있었고 그들도 일단 성배를 원하기는 할터.... 솔직히 그쪽에서도 뭔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레귤러한 사태에 발을 들이는걸 망설이고 있었고 결국 전혀 섞이지 않을것같은 두 단체. 마술협회와 성당교회사이에 동맹이 체결되었다. 물론 각자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성당교회측에서 감독역으로 파견된 인물은 카렌 오르텐시아. 그리고 협회측의 대표로 공동감독관으로 파견된 인물은 바제트였다.
시작은 나름 순조로웠다. 카렌은 이번 성배전쟁에 관련된 인물중 제일 먼저 이번 성배전쟁에 대해 바뀐점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낸걸 성당교회 상층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그녀가 알아낸건 바제트에게도 알려졌고 바제트는 알아낸걸 상층부에 제대로 보고했기에 이번 성배전쟁이 보통의 성배전쟁이 아니란 사실은 마술협회에도 알려졌다.
다만 마술협회는 자신들이 알아낸걸 임시협력 체계를 맺은 성당교회에 알리지는 않았다.
그쪽에서 파견된 감독관이 보고를 올릴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편 성당교회에서는 한동안 보고가 안올라오자 어찌 된것인지를 알기 위해 아마쿠사 시로를 파견했다. 아마쿠사 시로. 상당히 오랫동안 성당교회에 몸담은 성직자로서 자세한 것은 알려진것이 없다.
오후 6시. 기나긴 비행기로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 한사람의 신부가 공항입구를 나섰다.
"이곳이 후유키 시로군요. 자...그럼 교회로 가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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