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내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이곳은 주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입주해있는 곳이다. 다만...입주자들중에는 일반인이 아닌 마술사들도 존재한다. 시간은 오전 8시 20대여성의 비명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악!"
"무..무슨 일이야? 토오사카?"
"아...에...에미야 군...이거...이건 대체....?"
문을 열고 에미야 시로가 방안으로 들이닥친다. 그의 눈앞에는 자신의 손등에 나타난 아주 그리운....하지만 절대로 나타나야 하지 않아야 할 문양...영주가 나타난걸 보고 멍해져있는 토오사카 린의 모습이 있었다.
"토오사카...너 그거....."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생겨있었어. 대체 이게 어찌 된거람?"
"....나도 아침에 일어나니 영주가 생겨났어. 대체 이건...?"
"?! 정말이야?"
에미야 시로는 자신의 손등에 그려진 영주를 린의 눈앞에 보였다. 분명 지난번 5차 성배전쟁때의 그 모양이었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앉아있던 린은 순간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 남자라면 이 이변에 대해 어느정도 답을 줄수 있으리라....그러나.......
지금 그순간 린이 떠올린 그 남자도 자신의 손등에 나타난 이변에 놀라 당황하고 있었다.
시계탑. 일반인에게는 그저 영국 런던의 유명한 관광명소에 지나지 않지만 마술사들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그곳은 마술협회의 본거지이며 아직 어리고 미숙한 마술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의 수많은 연구실중 한곳.
연구실안의 장발의 30대 남성. 그는 당혹함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손등에 나타는 이변을 쳐다보고 있었다.
"허.....대체 이게 어찌된거지.... 분명 "그것"은 제대로 봉인했을 터인데....."
남자의 이름은 웨이버 벨벳. 허나 지금 시계탑에서의 그의 이름은 "로드 엘멜로이 2세"
그는 한때 후유키 시의 성배전쟁에 참여한 전적이 있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은 그는 지금 현재 시계탑의 강사를 하고 있다. 그 자신은 마술사로서는 조금 역사가 짧은 가문의 출신이었으나 이상하게도 가르치는 학생의 장점을 찾아내는 감식안이 뛰어나 그에게 사사받은 제자들은 크게 대성하였다. 물론 그 자신은 그걸 그다지 탐탁치 않아하지만 말이다.
"....이거야 원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마술협회가 또 시끄러워 지겠구만."
안그래도 요즘들어 마술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던 참이었다. 분명히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성배전쟁에 대한 소문.....그것이 새로이 후유키 시에서 일어날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도 그런 소문을 들었으나 바로 헛소문 취급을 해버렸다. 다름 아닌 그가 토오사카 린과 함께 후유키 시의 대성배를 처리한것이다. 다시는 그런 비참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간 마술협회도 그런 헛소문에 놀아나지 않았다. 하지만.....성배에 선택받았다는 증거인 영주가 생겨난 이상 그들도 이해를 할것이다. 진짜로 성배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설마 미스 토오사카한테도 영주가....? 아니겠지.... 4차 성배전쟁에 참여했던 나조차도 10년이상이 걸려서 다시 선택받았다. 설마 몇년사이에 다시 선택받는 일은.....없겠지..."
하지만 그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것은 오전내내 끈질기게 계속된 회의에 지친 그가 점심시간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을때 찾아왔다.
똑똑
"아 열려 있으니 들어오게나."
문이 열리고 들어온 이는 토오사카 린 그리고 에미야 시로였다.
"미스 토오사카와.....에미야 시로였던가?"
"네 교수님 한가지 상의할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상의라는것은.....성배전쟁에 관해서인가?"
"....?! 아니 그걸 어떻게...."
"....숨기고 자시고 할것도 없나....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문양이 손등에 생겨나서 말이지."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자신의 손등에 나타난 문양을 보였다. 영주. 성배에 선택받았다는 증거이자 서번트에게 시행할수 있는 3번의 절대명령권. 토오사카 린은 물론이요 에미야 시로까지 그걸 보고 놀랐다.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말이네 미스 토오사카 자네에게도 그....영주가 생겨났는가?"
"....네 아침에 일어나보니 생겨나 있었어요. 그리고 에미야 군도 마찬가지고요."
"....이거참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구만..... 분명 후유키 시의 대성배는 우리가 정리했을텐데...어째서 이런일이....."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지 말아야할 성배전쟁에 선택받은 두 젊은 남녀를 쳐다보았다.
"...잘듣게나 마술사로서의 능력은 둘째치고 이 시계탑에서 3명이나 성배에 선택받은 마술사가 나타났으니 이제 마술협회도 슬슬 움직이겠지. 모든 마술사들의 비원은 근원으로의 도달...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불사하지 않는게 마술사들이야. 당연히 마술협회의 높으신분들도 이번일을 그냥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걸세."
"그렇다면...?"
"...일단 우리들은 이번 성배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겠지. 무엇보다 이번일의 이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고쳐야만 한다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로가서 조사를 해보는게 제일 빠르겠지....뭐 일단 당분간은 손의 그 문양은 최대한 숨기고 다니게나. 앞으로 빠른 시일내에 마술협회의 높으신분들 사이에서도 무언가 결정이 내려지겠지."
대화를 마치고 시로와 린이 나간뒤 그는 테이블에 올려뒀던 컵에 들어있는 물을 들이킨후 장식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장식장은 물리적인 방비와 마술적인 방비가 다같이 이루어져있는 특이한 형태의 장식장 안에는 역시 특수한 케이스가 하나 들어가있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장식장을 열고 그 안의 케이스를 꺼냈다. 그 케이스를 열자 안에 들어있는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붉은색의 천조각이었다. 망토자락의 한부분이었을까....하지만 오랜 세월에 거의 넝마조각이 되어 원래 모습은 남아있지 않다. 그는 그걸 바라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오래전 그는 제4차 성배전쟁에 참여하였다. 그의 스승에게 도착한 성유물을 빼돌려 몰래 참가한 성배전쟁....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 전쟁에서 과거 드넓은 제국을 세웠던 위대한 왕을 서번트로서 불러내었다. 결국 패배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눈을 뜬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피식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성배전쟁에 다시 참여한다면 그에게 있어 소환할 영령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마 내가 다시 성배전쟁에 참가하게 될줄이야....다시 그 왕을 보게 되는건가....다시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참 궁금하군 그래"
그로부터 몇일인가 시간이 흘렀다. 시계탑 상층부에서는 매일매일 지루한 회의가 이어졌고 결국 로드 엘멜로이 2세와 토오사카 린 그리고 에미야 시로가 후유키 시에 파견되는걸로 결정이 났다. 시계탑에서도 이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성배전쟁의 전조가 보이자 꽤나 당황한걸로 보였다. 아마도 이 당황은 성당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일것이다.
그로인해 토오사카 린과 에미야 시로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인솔을 받아 후유키 시로 가게 되었다. 그 둘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의 고향방문인 셈이지만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다. 그들은 성배전쟁에 참여하게 될것이고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원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한편 그시간 일본 후유키 시에는 렌이 평화 그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새로운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 성배전쟁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의 무서움을......
비행기에 올라탄 3명의 마술사들. 토오사카 린, 에미야 시로, 로드 엘멜로이 2세 그들은 이륙한 비행기 안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가만히 있었다. 얼마뒤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단 자네들에게는 이야기를 해둬야 겠군. 나는 사실 10년도 더 전에 성배전쟁에 참여한적이 있었다. 4차 성배전쟁이었지.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성배전쟁이라는건 결코 만만히 볼수 없는것....이건 그냥 예상이지만 아마도 이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것 그 이상을 보여줄지도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될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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