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9일 월요일

FATE/santuario 11화

똑같이 생긴 두자루의 붉은창을 들고 서로를 죽일듯이 공격해대는 두명의 남녀. 그중 파란타이즈를 입은 남자가  뭔가 변한 분위기를 느끼고  상대에게 잠시 휴전을 요구한다.

"스승 잠깐만! 뭔가 상황이 바뀐거 같지 않아?"

"아..확실히 그렇군. 갑자기 난입한 비슷해보이는 두 소녀는 대체 누구지?"

랜서 사제 쿠 훌린과 스카자하가 잠시 공격을 멈춘반면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그런거에는 신경쓰지 않은채 부지런히 무구들을 투척하고 있었다.

"하하하 어찌된거냐 엔키두여 점점 무구의 질과 수가 줄어들고 있다만?"

"그러는 길이야말로 게이트 수가 줄어든거 아냐?"

쿠 훌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구를 던져대는 두명의 남녀를 보더니 질린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리 살벌하게 무기를 던지면서 저리 천진난만하게 웃을수 있다니....녹색머리의 여성측은 땅에서 솟아난 무구를 던지고 있다. 저건 저 영령 특유의 공격방식인건가...아니면 특수스킬에 의한것인가.....

"저쪽은 진짜 주위는 신경안쓰고 마구 해버리는구만..."

"쿠 훌린 다시 창을 잡아라."

"에...? 스승 뭐야 계속하는거야?"

"이정도야 준비운동에 불과하지 본격적인건 지금 부터라고?"

"하아...역시 이정도로 만족할 스승이 아니지...."

쿠 훌린은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싸우는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공격방식은 주변은 신경쓰지 않고 싸우는방식이다. 길가메시는 그저 게이트 오브 바빌론-왕의 재보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구를 그냥 던질뿐...그러다보니 빗나가서 주변의 땅에 박히기도 하는데 착탄과 동시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리니 주변 입장에서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는것이다.

솔직히 길가메시와 쿠 훌린은 같은 아군은 아니다. 오히려 적군이라 봐야 할것이다. 저런식으로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무구들을 피하면서 스승인 스카자하와 싸우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쿠 훌린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도 했다.

한편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잠시 무구투척을 멈췄다. 아까부터 엄청난 속도로 무구들을 쏟아부었지만 조금도 지친기색을 안보이는 엔키두와 여전히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길가메시.
둘은 서로가 먼저랄것도 없이 씨익 웃은뒤 다시금 공격을 재개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엔키두는 주변의 땅에서 흙을 끌어올려 무구의 형상으로 빚는다. 이것은 마력으로 만들어진것이다. 흙으로 만든 무구들은 어찌보면 재료의 특성상 약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력으로 짜여진 이 무구들은 엄청단단하며 부숴질때까지는 훌륭한 무기로서 기능한다.
그리고 길가메시는 금빛 파문이 일렁이는 원형의 게이트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수많은 보구들을 투척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 보구와 흙으로 만들어진 무구는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기의 흔들림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외에도 영령들이 충돌하면서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대기를 울린다.

엔키두는 지치지도 않는듯이 주위의 땅에서 흙을 끌어올려 무구의 형상으로 빚어 날려보낸다.
이에 길가메시도 게이트를 여러개 열어 보구를 투척한다. 게이트에서 엄청난 가속도를 받아 날아가는 보구들은 착탄됨과 동시에 지면에 엄청난 크레이터를 만들만한 파괴력을 가진다. 그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니 엔키두가 만들어날린 무구들은 그것들과 충돌하면 속절없이 폭발하며 떨어진다.

빗나가서 땅에 박힌 보구들은 시간이 조금 흐른뒤 길가메시가 가진 회수용 보구에 의해 회수된다. 그렇게 서로 무구나 보구를 주고받기를 20여분....어느샌가 둘은 무턱대고 무구나 보구를 던지지 않게되었다. 길가메시는 이정도는 되야 자신의 벗이라는 듯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호오 역시 실력은 녹슬지 않은듯 하구나 엔키두여 역시 그래야 짐의 벗이지."

"하아...어째 예전보다 재보가 더 많아진거 같은건 내 착각인거야?"

"저기...길가메시 주변이 엄청 엉망진창이 됬는데 이제 그만하는게 어때?"

"하쿠노여 무슨 섭섭한 소리를 하는게냐 오늘은 오랜 옛 벗을 만난 좋은 날이 아니더냐 이정도야 간단한 여흥에 지나지 않느니라,"

"음...저기 길? 나도 네 마스터의 의견에 동감이야. 주변을 보라구 이건 뭐...."

길가메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열심히 싸우고 있는건 랜서로 보이는 남녀 둘뿐 나머지 서번트들과 마스터들은 여기저기에 숨어있었고 주위의 땅은 길가메시가 내쏜 보구의 투척으로 인해 크레이터로 엉망진창이었다. 군데군데 아직 미처 회수하지 못한 보구들도 보였다.

"흥... 이정도의 여파로 죽어버릴 잡종들이라면 어차피 이번 성배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것이다. 오히려 잡종들을 따로 처리할 수고가 줄어들지 않나."

"하아...이래서 길은..."

길가메시는 순간 여러개의 게이트를 닫아버리고 다른것보다 조금 큰 게이트를 열었다. 거기서 나온것은 한손검이었다. 크기는 대략 소검정도의 크기. 그러나 이상한건 날부분이 마치 드릴처럼 생겨서 검치고는 좀 이질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것. 검신은 검은바탕에 붉은색 선이 그려진 3개의 구조물로 구성되어있으며 그것이 회전하는 기믹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이름은 '괴리검 에아'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한번 휘둘러 세계를 창조했다고 일컬어지는 검이며 검이라는 개념이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검이라 검처럼 생겼어도 검은 아니라고 일컬어진다. 검이라면 어느정도 쉽게 복제해내는 에미야 시로 마저도 저검만큼은 설계도를 읽어내지 못했던 보구였다.

에아는 길가메시가 수많은 보구들중에서도 이름을 붙일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는 보구였다. 따라서 그는 에아를 그리 쉽게 꺼내지 않으며 그가 에아를 꺼내게 만들었다는것은 길가메시가 상대방을 에아를 꺼내지 않으면 안될 상대로 인식을 한것이다.

"자 에아여 오랜만에 네녀석이 활약할만한 무대가 갖춰졌다!"

"아...안되....."

"이런이런....."

에아가 맹렬히 회전하면서 바람을 빨아들인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양의 마력파장이 느껴진다. 숨어있던 서번트들도 서로 싸우고 있던 두 랜서들도 마력파장의 이상을 감지하고 전투를 멈췄다. 공간이 울리기 시작한다. 엄청난 마력이 길가메시가 들고 있는 에아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 젠장 길가메시 녀석 여기서 저 무기를 꺼낼줄이야."

"설마...고유결계도 펼쳐져 있지 않은데 저걸 휘두를셈인가?"

"에누마........"

"하아...별수없네 난 도구. 신들이 만들어낸 병기. 네 마음대로 써도 좋아 나의 마스터....."

엔키두가 녹색빛에 둘러쌓인다. 그리고 에아에 몰린 마력과 동급...아니 그보다 더 큰 마력이 엔키두의 몸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그 마력의 웅대함은 그자리에 있던 마스터 전원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녹발의 여성 서번트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다. 심지어 클래스조차도 알수 없다. 그녀는 그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흙에서 무수한 무구를 만들어 던지는것 뿐.
그것은  길가메시의 공격방식과 흡사했다. 과거 제4차 성배전쟁에서 길가메시와 싸운적이 있는 그는 길가메시의 공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게이트 오브 바빌론-왕의 재보는 엄청 수많은 보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단지 투척하는것만로도 왠만한 영령들에게 우위를 점할수 있다.

그런데 녹발의 여성 서번트에게 집중되는 엄청난 양의 마력은 서번트 수십...아니 수백기에 달하는 용량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전 자신들을 습격했던 정체불명의 서번트와 같은 부류의 것으로 그 녹발의 여성 서번트를 분류해뒀다. 그녀의 마스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정도의 막대한 마력은 통상의 인간 마스터에게는 불가능하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말도...안되 저정도의 마력은 통상적인 인간 마스터에게는 무리한 마력이야. 대체 저 서번트는....?"

"....엘리쉬!"

에아가 휘둘러진다. 에아에서 내뿜어진 파괴의 파동은 대기를 가르고 세계를 찢는다. 그리고 엄청난 소리가 허공에 강하게 울려퍼진다. 그야말로 세계가 파괴되는듯한 현상....
에누마 엘리쉬. 길가메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사시의 제목이자 괴리검 에아로 행해지는 보구 진명개방.....

"에누마 엘리쉬!"

"뭣....? 에누마 엘리쉬가 두개라고?"

엔키두가 나직히 내뱉은 단어는 '에누마 엘리쉬' . 길가메시가 괴리검 에아로 행하는 보구 진명개방과 같은 이름. 순간 엔키두 자신이 빛으로 된 쐐기가 되어 무너져 가는 세계를 봉합시키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상쇄된것이다.

길가메시의 에누마 엘리쉬가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엔키두의 에누마 엘리쉬는 세계를 봉합하는것이라고 볼수 있다. 결국 에누마 엘리쉬끼리 상쇄되어 사라졌다. 길가메시는 에아를 든채 그저 자신의 옛벗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걸'로 막아버리는군."

"길은 정말이지...방금 그공격 내가 안막았으면 여긴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거야."

"뭐 흥이 깨졌다. 못다한 결판은 언젠가 다시 내도록 하지."

"뭐 언제든 상대해줄게."

에누마 엘리쉬끼리 충돌하기 20분전. 쿠 훌린과 스카자하는 엄청난 기세로 싸우고 있었다. 스카자하는 오랜만에 만난 제자가 어느정도 실력을 올렸는가 확인해볼겸 대련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쿠 훌린의 입장에서는 스승이 말하는 대련 수준의 공격은 진짜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의 공격이었기에 긴장의 끈을 풀수는 없었다.

'크으 여전히 스승의 공격은 매섭구만....그보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흘렀는데 저런 미모라니 반칙 아냐?!'

"왜 그러느냐 쿠 훌린 창에 잡념이 깃든거 같다만?"

"착각이겠지 스승 나는 언제나 진지하다고?"

"그럼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스카자하가 붉은 창 '게이 볼크'를 휘둘러 공격해온다. 물흐르는것 같은 유려한 공격이 거침없이 닥쳐온다. 쿠 훌린도 손에 들고 있는 창 '게이 볼크'를 고쳐잡고 스승이 날리는 일격을 막거나 피한다.
카카카칵! 캉!

뼈로 만들어진 투창이지만 금속성의 소리를 내며 사제지간의 창이 충돌한다. 공세를 펼치는 쿠 훌린이었으나 점점 스승 스카자하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쿠 훌린이 공격을 튕겨내고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상단 중단 하단 합쳐 3번의 강한 찌르기를 먹였다.하지만 그것도 다 예상했다는 듯이 스카자하는 다 막아내었다.

"쿠 훌린 설마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걸 공격이라고 한건 아니겠지?"

"하! 그럴리가 있나!"

쿠 훌린은 창대의 반대쪽 끝부분을 휘둘러 스카자하의 다리를 노렸다. 하지만...그것도 막혀버렸다. 스카자하는 제자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름 머리를 쓴거같다만...겨우 이정도냐? 역시 어쩔수 없는 바보 제자로군."

"젠장! 당신이 너무 강한거라고 스승! 좋아 이렇게 무시당하고 가만히 있을수는 없다!"

"호오 이제좀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나보군. 좋아 상대해주지."

랜서 사제의 게이 볼크가 충돌한다. 검붉은 저주의 오오라를 머금고 먹잇감을 찾는 뱀처럼 사납게 사냥감을 공격한다. 하지만 둘다 창의 영령. 창의 기량에 있어서는  둘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는데가 없는 창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들의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아름다움이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의 그런 멋진 전투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 훌린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그도 일단은 창의 영령. 창을 가지고 하는 싸움에서 스승에게 질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밀고 나가거나 밀리거나 이러한 지루한 공방을 20분정도 유지하던 그순간 영웅왕 길가메시가 에아를 꺼내 에누마 엘리쉬를 시전했다.

물론 그 상황에서 싸울수는 없기에 스카자하도 그도 전투를 멈추고 그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카자하는 세계를 부숴버리는 엄청난 공격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런 위험한 보구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자가 있는건가 이번 성배전쟁은...."

"어이 스승 저기 녹발 서번트 좀 봐봐"

"응...? 뭔가 이상하군 누가 마스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마력은 인간 마스터가 댈수 있는 마력의 양이 아냐...."

길가메시가 내쏜 에누마 엘리쉬가 엔키두의 에누마 엘리쉬에 상쇄되는걸 보고는 둘다 할말을 잊어 버렸다. 아니 사실 그건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서번트며 마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에는 지금까지 서로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게할정도의 침묵이 주변을 감돌던 그때 이상한 마력파장이 느껴졌다. 그 방향은 신토. 과거 4차 성배전쟁의 결판이 일어났던 곳이며 지금은 그저 한적한 공원이 세워진 곳이다.

아인팀과 츠바이는 물론이요 길가메시와 엔키두 스카자하와 쿠 훌린까지 그 마력 파장이 느껴지는 장소로 내달렸다. 신토에 도착한 모든 이들은 할말을 잃었다. 왜냐면....신토의 한복판에 상당히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커다란 벚나무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그 누구도 뭐라 말을 하지 않는 상황 유일하게 입을 연 사람이 있었다. 그건 이번 성배전쟁의 감독역을 맡은 카렌 오르텐시아 수녀였다. 모두들 그녀가 언제 이곳에 도착한건지 의아해 했으나 카렌은 개의치 않게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여기 계셨군요. 안타깝지만 게임은 여기서 종료합니다. 아직 제대로된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습니다만 이 커다란 벚나무가 자연적으로 생겨난게 아닌것 정도는 여러분도 아실겁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해산하는걸로 하죠."

그렇게 그녀는 자기 할말만 하고는 그장소를 뒤로 하고 사라졌다. 아인팀도 츠바이팀도 일단 여기서는 물러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일단 그들은 물러갔다. 갑자기 신토에 나타난 벚나무...과연 이 벚나무의 정체는 무엇인가....